컨텐츠 바로가기

연설문

2024 한반도 미래 심포지엄(6.28) 기조연설

작성일
2024-06-28 16:01:55
조회수
389

 2024 한반도 미래 심포지엄(6.28) 기조연설


안녕하십니까, 외교부 장관 조태열입니다.


오늘 제10회 한반도 미래 심포지엄에 참가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미일 정상회의 출범 3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한미일 협력의 현주소와 과제”라는

시의적절한 주제 하에 토론의 장이 마련된 것을 뜻깊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연합뉴스 성기홍 대표이사님과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정학적 대전환의 시대]


내외 귀빈 여러분,


체감하는 정도는 각각 다르겠지만

우리 모두는 지정학적 대전환기에 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6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에서

우리가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세계는 우리 모두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적인 10년”에 진입하고 있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 또한 우리가 시대를 결정지을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지배하는 

혼돈의 포스트 탈냉전 시대로 접어든 것입니다.


미중 전략경쟁은 이제 군사‧경제‧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국제질서는 지정학적 지각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진영간 대립으로

블록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가치 따로 국익 따로’외교가

어려워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무력 충돌 사태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뿌리채 흔들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기존 국제질서의 수립에 참여하고

책임을 공유했던 국가가 이제는 스스로

그 질서를 해체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경제와 기술, 안보가 상호 연동하는

이른바 경제안보 시대의 도래로

이제는 ‘경제 따로 안보 따로’외교도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기술력 제고와

동 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핵심광물 확보가

국가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기존 국제질서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북한의 위협도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6.25 전쟁 이후 70여 년간 북한이 보여 온 반인륜적 행태와 

파괴적 역량은 이제는 한반도와 인태지역을 넘어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주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체결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이러한 변화를 실감케 하는 중대한 사건이었습니다.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


우리는 그동안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한의 적대행위와 무력 도발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그 위협의 범위도 대폭 확대됨에 따라

이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함께 대응해야만 하는 

엄중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생존과 안위를 위해서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된 것입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은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개의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뿐만 아니라

인태지역의 평화와 안보에도

중대한 의미를 지닙니다.


정부가 다양한 역내 소다자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한미일 3국 협력이 그 핵심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미일 협력의 가치]


한미일 3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3국간 협력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도

그 어떤 소다자 협력보다 큽니다.


조셉 나이 교수의 3차원 체스판에 비유하자면,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이 물론 전세계에서 압도적인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 파이어 파워에 따르면 

145개국 중 한국은 5위, 일본은 7위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한미일은 전 세계 7개국 뿐인

3050 클럽에 모두 포함되어 있고, 

2022년 기준 GDP 합산 규모가 전 세계 GDP의 3분의 1에 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전기차와 배터리, 선박 건조와 원자력 등 

분야에서 서로를 보완할 수 있는 엄청난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도 

한미일은 모두 대단한 소프트파워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2024년 브랜드 파이낸스 사의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에 따르면,

미국은 1위, 일본은 4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이 조사에서 15위를 차지했지만,

오늘날 K-pop과 K-culture는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미일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과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미일 3국의 가장 큰 강점이자

3국 협력의 잠재력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한미일 협력의 원동력]


그러나 엄청난 협력의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협력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한미일 정상회의가 처음 개최된 이후

한 세대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3국 협력의 성공 사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3국 관계는 ‘다리가 세 개인 의자’와 같아서

한미, 미일, 한일 관계가 안정적이어야만

3국 협력도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7년부터 2022년 5월까지 5년간

한미일 정상회의는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못했습니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문제로 인한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에 따른 한일 GSOMIA 효력 중단 등으로

한일관계가 긴장 상태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리고 

작년 3월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을 제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한일 양국은 12년 만에 정상간 셔틀외교를 재개하고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일관계 개선 흐름은

작년 8월에 역사적인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가능하게 한 핵심 원동력이었습니다.


[한미일 협력 현황(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성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는

한미일이 보유한 가치와 역량, 신념을 바탕으로

3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연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3국 정상들의 리더십과 비전의 결과물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정신, 그리고

협의에 대한 공약은

3국 협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습니다.


3국 협력의 지평도 경제안보, 첨단기술,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논의로 대폭 심화, 확대되었습니다.


1994년 최초의 한미일 정상회의가 개최된 이후

한미일 협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저지에만

초점을 맞춰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협력은 경제, 기술,

지역·글로벌 도전과 위협에 함께 대응하는

협력체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한미일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우선,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를

본격 가동하고, 다년간 3자 훈련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올여름에는 사상 처음으로 다영역 3자 훈련

“Freedom Edge”를 실시합니다.


이를 통해 3국 간 훈련 영역을

수중‧사이버로 확대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협의에 대한 공약”에 따라,

북한 도발이 있을 경우 즉각 협의하고, 

강력한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지난주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여 

불법적인 군사협력을 심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을 때도

저는 곧바로 미·일 외교장관과 연쇄 통화를 가졌습니다.


블링컨 장관 및 가미카와 대신과 함께

러북 조약 체결을 규탄하고,

엄중한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3국이 긴밀히 공조하여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주도하며,

3국 간 안보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되는

불법 자금원 차단 노력도 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3국은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조기경보 시스템 재외공관 연계협력 시범사업, 

핵심광물 안보파트너십 등 공급망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 중입니다.


또한, 유일한 3국 NSC 간 경제안보 전략 협의체인 「한미일 경제안보대화」를 통해,

핵심‧신흥기술 협력도 구체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첨단기술 파트너십을 통해 3국 국민들,

특히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에는 미국 유수 기업인 IBM과

한미일 주요 대학간 퀀텀 교육 협력 프로그램에 합의했으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10년 간

총 4만 명의 미래 퀀텀 인재가 육성될 것입니다.


또한, 한미일 3국은

각각의 인태 전략을 바탕으로

역내 국가들과도 협력을 강화해 오고 있습니다.


한미일은 올해 초 출범한 「인도태평양 대화」를 통해

각국이 역내에서 추진하는 해양안보, 법집행 분야 등에서 

협력사업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태대화 중간점검회의를 갖고

각각의 인태전략을 조율하기 위한

긴밀한 협의를 가졌습니다.


앞으로도 아세안과 태도국 등

주요 파트너국들에게 돌아갈 혜택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3국은 함께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역내 국가들이 스스로 안보를 지키고

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역량이 강화된다면,

지역 평화와 안정, 번영의 토대는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미일은 글로벌 차원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한미일 3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 동시에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3국은 이런 소중한 기회를 활용하여 안보리에서 

북한인권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특별회의를

3국 주도로 지난 3월에 개최하였습니다.


지난주에는 제가 안보리에 직접 참석해

사이버안보에 관한 공개토의를 주재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미일 3국은 한 목소리로

북한 등이 하고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악의적 활동이 

국제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3국은 중동‧우크라이나 등 여러 글로벌 안보 현안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지난 3월과 5월에 각각 주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AI 정상회의에는

미국과 일본이 함께 참여하고 활동하며

보편적 가치 수호와 국제 규범 수립에 기여하였습니다.


3국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위협하는

정보 조작 대응에 있어서도 함께 협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미일 개발·인도지원 정책 대화」 등을 통해 

공동 개발협력 사업들을 계속 발굴함으로써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증진에도 더욱 힘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미일 협력은 역내 가장 모범적인 소다자 협력체로서 

광범한 분야에 걸쳐 성공 사례를 축적하면서, 

3국 협력의 외연과 깊이를 꾸준히 확대, 심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미일 협력의 과제]


그러나 오늘의 성과가 내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고 

방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1994년 첫 한미일 정상회의 이래 

우리는 3국 협력에 많은 부침이 있어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3국 협력은 ‘다리가 세 개인 의자’와 같아서 

한미일 간 양자 관계가 탄탄해야  

3국 협력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3국이 신경써야 할

세 가지 과제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한미일은 3국 협력 추진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서로를 견인하며 도와주어야 합니다.


현재의 한미일 3국 협력은 미국의 리더십 아래

한국과 일본이 적극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미일 3국 국내 정치 또는 리더십 변화에 따라

3국 협력의 의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한미일 3국 중 두 나라가 다른 한 나라의 협력 참여를 

이끌어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각국이 3국 협력에 대한 비전과 의지를 확고히 하고 

계속 이어 나가는 것입니다.


둘째,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한일관계가 과거사 등 여러 문제로 부침을 반복해 왔기에

다리가 세 개인 의자에서

가장 짧은 다리는 한일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일관계 다리 길이를 한미, 미일동맹의

다리 길이에 맞추어 나가려면 윤 대통령의 용단과

기시다 총리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일궈낸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최대한 살려 나가야 합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문제들을 세심하게 관리하면서

상호 신뢰와 우의를 더욱 두터이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한일 관계 개선의 실익을

양국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셋째, 협력의 제도화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합니다.


한미일 협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성과와 혜택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합니다.


대화만 있고 행동이 없는 협력은

활력을 잃기 마련입니다.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우리는 100여 개 이상의 협력사업을 만들어냈습니다.


올해도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정상들이 합의한 협력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각국,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수많은 사업들을 점검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적극적인 이행을 독려하기 위해

전담 사무국을 둘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인 이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말씀]


내외 귀빈 여러분,


동양에서는 30년을 “이립(而立)”이라고 하고

서양에서는 종종 “이정표의 해, milestone year”라고 합니다.


이제 홀로 설 수 있는 나이가 된

한미일 3국 협력이

반석과 같은 토대 위에 굳건히 서서

거센 바람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끝.